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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넘기면 평생 얼굴 마비 (전조증상, 골든타임, 감압술)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쪽 얼굴이 굳어 있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벨마비는 예고도 없이, 건강한 사람에게도 찾아오는 응급 질환이었습니다. 국내에서만 한 해 9만 명 이상이 안면 마비로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야,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아는 사람 얼굴이 하루아침에 굳었다 — 전조증상 이야기

지인 중 한 명이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한쪽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처음엔 그냥 잠을 이상하게 잔 탓이겠거니 했는데, 물을 마시다 흘리고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면서 그제야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저는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알 수 있겠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자료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벨마비 환자의 70~80%는 마비가 오기 전에 공통된 전조증상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귀 주변에서 갑자기 심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이명(耳鳴)이 생기거나 — 여기서 이명이란 외부 소리 없이 귀에서 삐 소리나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증상 — 혀 한쪽에서 맛을 잘 못 느끼는 감각 변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전조증상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보다"로 넘기기 쉽습니다. 실제로 그 지인도 혀가 약간 이상한 느낌이 며칠 전부터 있었다고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하더군요. 그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혀 반쪽의 감각 이상, 귀 통증, 이명,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겹친다면 머뭇거리지 않는 게 맞습니다.

  • 귀 주변의 갑작스러운 통증
  • 이명(귀에서 삐 소리, 울림 소리)
  • 혀 한쪽에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 변화
 

72시간을 넘기면 평생 간다는 말, 절반만 맞다 — 골든타임의 진실

벨마비(Bell's palsy)란 뇌에서 얼굴 근육까지 이어지는 안면 신경에 염증이 생겨 마비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 붙이는 진단명입니다. 구안와사는 "눈이 안 감기고 입이 돌아갔다"는 증상 자체를 가리키는 전통 용어이고, 벨마비는 그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 불명의 질환명이라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이 병이 무서운 이유는 발러 변성(Wallerian degeneration) 때문입니다. 발러 변성이란 신경 섬유가 손상된 뒤 신경 말단이 서서히 죽어가는 현상으로, 한번 진행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안면 신경은 측두골(관자뼈) 안에 있는 좁은 통로를 지나가는데, 염증으로 신경이 붓기 시작하면 단단한 뼈벽이 압박을 가해 혈류가 차단되고, 그 결과 신경 섬유가 파괴됩니다. 마비가 시작된 뒤 48~72시간 이내에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이 표준 치료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72시간을 넘기면 무조건 후유증이 남는다"는 식의 표현은 지나친 공포 조장은 아닌가 생각되는데, 벨마비 환자 10명 중 7명은 치료 없이도 2~3개월 안에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골든타임을 넘겼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나머지 3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고, 그래서 늦게 병원에 갔더라도 반드시 가야 한다는 쪽이 맞습니다. 제가 자료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약이 안 듣는다면? — 감압술과 그 이후의 회복

대부분의 벨마비 치료는 스테로이드 약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약물에 반응하지 않고 신경 변성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 감압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감압술이란 귀 뒤를 절개해 안면 신경 주변의 뼈를 깎아냄으로써 공간을 넓히고 내부 압력을 낮추는 수술입니다. 쉽게 말해, 너무 꽉 끼는 옷을 조금 풀어주는 개념입니다.

중요한 건 감압술이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인데, 뼈의 압박이 심하고 신경 변성이 실제로 진행 중인 선택된 환자에게만 적용됩니다. 제가 이 부분을 특히 짚고 싶었던 이유는, 감압술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모든 안면 마비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 안면 마비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 이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때 보톡스(보툴리눔 독소) 주사 치료가 활용됩니다. 여기서 보톡스란 미용 시술에 쓰이는 것과 같은 성분이지만, 안면 마비에서는 마비된 쪽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반대쪽 근육의 힘을 줄여 얼굴 좌우 대칭을 맞추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보톡스는 마비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가 아니라, 후유증으로 남은 비대칭과 근육 경직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두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안면 마비 환자의 약 35%가 경도 우울증을, 20~25%는 극심한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경험한다는 임상 보고가 있습니다. 얼굴 표정이 달라지면 사회적 위축이 생기고, 그게 마음의 병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저도 그냥 흘려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신체 치료만큼이나 정신적 지지가 필요한 질환임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벨마비와 뇌졸중으로 인한 안면 마비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벨마비는 이마를 포함한 얼굴 전체가 한쪽으로 마비되는 반면, 뇌졸중으로 인한 중추성 안면 마비는 이마 주름이 대체로 유지됩니다. 또한 뇌졸중은 팔다리 힘 빠짐, 언어 장애, 두통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우니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응급실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맞습니다.

 

Q. 벨마비, 치료 안 하면 저절로 낫기도 하나요?

A. 환자 10명 중 약 7명은 별다른 치료 없이도 2~3개월 안에 자연 회복됩니다. 그런데 나머지 3명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치료 전에는 본인이 그 3명에 해당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본 사례들을 돌아봐도, 조기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쪽이 훨씬 빠르고 깨끗하게 회복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차피 낫겠지"보다는 빠른 병원 방문을 권합니다.

 

Q. 벨마비 골든타임인 72시간을 넘겼으면 치료를 포기해야 하나요?

A.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72시간 이내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 시간을 넘겼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늦게 발견했더라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고, 의사가 현재 상태를 평가해 적절한 치료 방향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Q. 벨마비는 왜 생기나요? 예방할 수 있나요?

A. 현재까지 확립된 단일 원인은 없습니다. 헤르페스바이러스(HSV-1) 재활성화가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명확한 예방법도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 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수면과 면역력 관리가 간접적인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 안면 마비는 "설마 나한테"라는 생각을 허물어뜨리는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건강했던 37살 교사도, 사춘기 시절 한 학생도, 어느 날 갑자기 얼굴이 굳었습니다. 벨마비는 원인도 예방법도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제가 이번에 자료를 정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저절로 나을 마비인지, 후유증이 남을 마비인지는 본인이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귀 통증, 이명, 혀 감각 이상 중 하나라도 느껴진다면, 미루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GHiyJ7FF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