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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메가3를 꽤 오랫동안 혈관 건강을 위해 먹고 있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챙겼던 이유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는 말 때문이었는데, 어느 날 그 효과가 생각보다 근거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꽤 허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방의 종류와 기름의 실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건 아닌지 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뭐가 다른가

기름을 둘러싼 오해 중에 가장 뿌리 깊은 것이 "식물성은 좋고 동물성은 나쁘다"는 이분법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었죠. 사실 우리 몸은 음식을 그대로 흡수하지 않습니다. 어떤 기름을 먹든 완전히 분해한 뒤 지방산(Fatty Acid) 단위로 흡수합니다. 여기서 지방산이란 지방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 분자로, 탄소 사슬의 결합 방식에 따라 포화와 불포화로 나뉩니다.

포화지방산(Saturated Fatty Acid)은 탄소 사슬이 모두 단일 결합으로 이루어진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분자 모양이 곧고 빽빽하게 쌓이기 때문에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유지합니다. 버터나 마가린이 굳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반면 불포화지방산(Unsaturated Fatty Acid)은 탄소 사슬에 이중 결합이 하나 이상 포함돼 분자가 꺾인 형태를 띱니다. 이 꺾임 때문에 분자들이 촘촘히 쌓이지 못하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데, 올리브유나 들기름 같은 식용유가 상온에서 흐르는 이유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의 지방 중 약 60%가 포화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중력을 이기고 체형을 유지하려면 세포와 조직이 어느 정도 단단한 구조를 가져야 하고, 그 역할을 포화지방이 담당합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육지 동물의 지방이 포화지방 비율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반대로 수중 생물인 생선이나 해조류는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포화지방산, 특히 오메가3 비율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올리브유는 어떨까요. 오메가3 함량만 놓고 보면 생선에 비해 상대도 안 됩니다. 오메가6(Omega-6) 함량도 낮고 오메가3도 낮습니다. 여기서 오메가6란 우리 몸에서 염증 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불포화지방산으로, 과다 섭취 시 만성 염증 수준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합니다.(출처: PubMed, Omega-6 fatty acids and inflammation) 올리브유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불포화지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은 인정하되 오메가3의 공급원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입니다. 저도 한때 올리브유를 '뇌에 좋은 기름'으로 여겼던 게 착각이었나 봅니다.

  • 포화지방산: 상온에서 고체, 육지 동물에 다량 함유, 세포 구조 유지에 필수
  • 불포화지방산: 상온에서 액체, 수생 생물에 다량 함유, 세포막 유연성에 기여
  • 오메가6: 불포화지방산이지만 염증 전달 물질로 작용, 과잉 섭취 주의
  • 올리브유: 불포화지방 비율은 높으나 오메가3 함량 자체는 낮은 편
 

오메가3의 핵심은 혈관이 아닌 뇌 신경 기능

제가 오메가3를 먹기 시작한 이유가 혈관 건강이었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 이건 꽤 많은 분들이 공유하는 오해인 것 같습니다. 오메가3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뇌와 신경 세포의 세포막 구성입니다. 모든 세포는 인지질(Phospholipid) 이중층으로 이루어진 세포막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지질이란 지방산과 인산기로 구성된 분자로, 세포막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물질입니다. 이 인지질 구조에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되면 세포막이 유연해지고, 포화지방산이 많으면 세포막이 뻣뻣해집니다.

뇌는 비중이 낮고 주변과의 상호작용이 극도로 많은 기관입니다. 신경 세포들이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려면 세포막이 충분히 유연해야 하고, 그 유연성을 담보하는 것이 DHA와 EPA입니다. DHA(도코사헥사엔산)와 EPA(에이코사펜타엔산)는 오메가3 계열의 핵심 지방산으로, 쉽게 말해 뇌 신경 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입니다. 사람은 이 두 성분을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예방을 위해 오메가3를 먹는 건 어떨까요. 실제로 임상 연구들을 살펴보면, 심혈관 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한 오메가3 보충제 투여 효과가 기대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ASCEND 연구는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오메가3 보충제가 주요 혈관 이벤트를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했음을 보고했습니다.(출처: NEJM, ASCEND Trial 2018) 이 결과가 나온 뒤로 혈관 건강 목적의 오메가3 권고는 상당히 후퇴한 상태입니다.

오메가3가 LDL 콜레스테롤을 약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소폭 올리는 효과는 있습니다. 다만 이건 오메가3가 혈관을 직접 청소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지방산이 공급되면 간이 자체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덜 합성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기름이 콜레스테롤을 '씻어낸다'는 이미지가 꽤 오래 머릿속에 있었는데, 전혀 그런 기전이 아닙니다.

한국인의 경우 생선과 해조류를 즐겨 먹는 식습관 덕분에 서구권에 비해 오메가3 섭취량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제 경우에는 등푸른 생선을 자주 먹지 못하는 식습관이 문제였는데, 그래서 요즘은 굳이 영양제에만 의존하기보다 고등어 같은 생선을 자주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방간이 있는 분들은 오메가3를 포함한 지방 전체 섭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에서 추가로 지방을 공급하면 대사 이상 지방간, 즉 MASH(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올리브유를 매일 숟가락으로 먹으면 건강에 좋은가요?

A. 올리브유 자체가 나쁜 기름은 아니지만, 숟가락으로 퍼 먹는 행위는 근거가 부족한 습관입니다. 올리브유는 불포화지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메가3 함량은 낮습니다. 순수 기름 형태로 대량 섭취하면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칼로리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요리에 사용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Q. 오메가3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하나요?

A. 생선과 해조류를 자주 드시는 분이라면 식품으로 충분히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메가3 영양제는 식단으로 DHA·EPA 보충이 어려운 경우에 보조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먹겠다는 목적이라면 임상 근거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식물성 기름이 동물성 기름보다 무조건 건강에 좋은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코코넛 오일처럼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물성 기름도 있고, 오메가6 비율이 높은 식물성 기름은 오히려 만성 염증을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어떤 기름이든 지방산 단위로 분해해 흡수하기 때문에 출처보다 지방산의 종류와 비율을 살피는 것이 더 정확한 접근입니다.

 

Q. 오메가3가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고 하던데 맞나요?

A. 일정 부분 맞습니다만, 기전을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메가3가 혈관 속 콜레스테롤을 직접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지방산이 공급될 때 간이 콜레스테롤 합성을 약간 줄이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LDL이 크게 높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스타틴 계열 약물이 훨씬 효과적이며, 오메가3만으로는 대체가 어렵습니다.

 

 

제가 오메가3에 대해 돌아보면서 깨달은 건, 건강 정보가 마케팅과 결합할 때 얼마나 쉽게 왜곡되는지입니다. 오메가3는 뇌와 신경 세포막 기능을 위해 분명히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하지만 혈관을 청소하거나 심혈관 질환을 막아준다는 기대는 현재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런 과장된 효능이 오히려 진짜 중요한 생활 습관 개선을 미루게 만드는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생선과 해조류를 즐겨 드신다면 오메가3 보충제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습니다. 등푸른 생선을 자주 먹지 못하는 식습관이라면 식단부터 조금씩 바꿔보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고, 그다음에 보충제를 고려해도 늦지 않습니다. 기름의 종류보다 전체 식단 구성, 체중, 운동 습관이 건강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저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MYjp5Jx5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