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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 숫자는 그대로인데 어느 날부터 바지 허리가 빡빡해지고, 앉으면 뱃살이 접히는 걸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마른 편인데 배만 도드라지는 이 상태, 사실 단순한 나이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과 수면, 그리고 먹는 것 사이에 생각보다 훨씬 촘촘한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잠자는 동안 뇌가 청소된다 — 글림패틱 시스템

솔직히 말하면, 잠을 줄여서 뭔가를 더 해보려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새벽 두 시에 자고 여섯 시에 일어나면서 "나는 잠이 좀 없는 편"이라고 자위했는데, 그때부터 오전에 머리가 뿌옇고 집중이 안 됐습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조금 알게 됐습니다.

수면 중에는 글림패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작동합니다. 여기서 글림패틱 시스템이란, 뇌 속 노폐물을 뇌척수액으로 씻어내는 뇌 고유의 청소 시스템을 말합니다. 몸 전체에는 림프계가 있어서 면역 청소를 담당하는데, 뇌에는 림프구가 살지 않아 별도 시스템이 없다고 오랫동안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글림패틱 시스템이 발견되면서, 뇌도 수면 중에 적극적으로 청소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청소는 수면 3~4단계, 즉 깊은 수면(서파수면) 구간에서만 열립니다. 렘(REM) 수면 때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렘수면이란 뇌가 거의 깨어 있는 수준으로 활성화되면서 꿈을 꾸는 단계인데, 이때는 청소 문이 닫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쪽잠을 자거나 자주 깨는 수면은 뇌 청소 시간을 빼앗는 셈입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아밀로이드(Amyloid)입니다. 아밀로이드란 뇌 속에 잘못 접힌 단백질 덩어리로,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글림패틱 시스템이 이 아밀로이드까지 청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습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적어도 7시간 반, 그리고 중간에 깨지 않는 수면이 목표입니다. 낮 동안 30분 이상 햇빛을 쬐어 멜라토닌(Melatonin) 분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면 야간 깊은 수면의 질과 지속 시간이 함께 올라갑니다. 여기서 멜라토닌이란 일주기 리듬을 조율하는 호르몬으로, 밤에 충분히 분비돼야 수면의 깊이가 확보됩니다.

 

 

단순당이 내장지방을 키우는 진짜 이유

밥은 잘 안 먹으면서 디저트는 손이 가는 날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소화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통곡물처럼 소화하기 까다로운 탄수화물을 먹으면 위가 먼저 장벽을 치고 강하게 운동하며 죽처럼 만든 다음, 천천히 소화 효소인 아밀레이스(Amylase)를 활용해 포도당으로 분해합니다. 여기서 아밀레이스란 탄수화물을 포도당 단위로 쪼개는 소화 효소를 말합니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혈당이 서서히 오르고, 인슐린(Insulin) 분비도 완만해집니다.

반면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처럼 단순당(Simple Sugar)이 이미 분해된 상태로 들어오면, 위는 그냥 통과시킵니다. 소화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들어오는 순간 소장을 거쳐 혈액으로 바로 흡수돼 혈당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인슐린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서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이 쌓입니다.

그리고 단순당은 과식을 유도합니다.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뇌가 "더 좋은 음식이 올 신호"로 받아들여 위를 다시 열어버립니다.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순간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단 음식을 먹은 날은 저녁 식사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배가 안 고프다고 느끼지 못한 게 아니라, 실제로 위가 더 받아들이는 구조가 됐던 겁니다.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내장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이것만 염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나머지 아디포사이토카인(Adipocytokine)들은 대부분 만성염증을 증폭시킵니다. 내장지방이 많아질수록 이 나쁜 호르몬들이 더 많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단순당을 줄이는 것이 만성염증을 낮추는 직접적인 경로가 되는 이유입니다.

  • 통곡물·채소·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혈당 급등을 방지한다
  • 단순당이 이미 분해된 상태로 들어오면 위는 소화 없이 통과시켜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 달고 자극적인 음식은 과식 신호를 뇌에 보내 위를 다시 열어버린다
  • 내장지방이 커질수록 만성염증을 증폭하는 아디포사이토카인 분비가 늘어난다
 

마른비만과 수면 — 허리둘레를 봐야 하는 이유

체중계 숫자가 정상 범위라서 안심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허리 사이즈를 재보고 나서  그때 처음으로 마른비만이라는 말이 저한테도 해당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서구인보다 체구가 작고 최장(췌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체형으로 발달해 왔다고 합니다. 아무리 먹어도 피하지방으로 저장하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칼로리가 넘치면 내장지방으로 먼저 쌓입니다. 체질량 지수(BMI)는 정상이어도 배만 볼록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상태는 겉으로 드러나는 비만과 대사 위험도가 거의 같습니다. (출처: WHO 아시아태평양 비만 기준 지침)

내장지방은 피하지방과 달리 대사 활동이 매우 활발한 기관처럼 작동합니다. 밥을 먹고 에너지가 들어오면 내장지방이 먼저 반응해 커지고,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거기서부터 먼저 빠집니다. 그만큼 염증 관련 호르몬을 왕성하게 내보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체중보다 허리둘레를 더 자주 재게 됐습니다.

여기에 수면이 또 연결됩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피로 물질인 아데노신(Adenosine)이 쌓이는데, 아데노신이란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피로 유발 물질로 글림패틱 시스템이 수면 중에 청소해 없애줍니다. 이게 쌓이면 다음 날 컨디션이 떨어지고, 고칼로리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저도 잠을 못 잔 다음 날은 유독 단 것이 당겼는데, 이게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내장지방을 줄이려면 식단과 수면이 함께 가야 합니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과 유산소 운동 및 근력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면 기초대사량이 올라가 내장지방 축적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제 경우엔 밤늦게 먹는 습관을 끊고, 짬이 날 때마다 30분씩 걷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체중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허리둘레는 달라지는것 같더라고요.

 

 

자주 묻는 질문

Q. 깊은 수면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제가 직접 시도해서 효과를 느낀 방법은 취침 시간을 고정하고, 낮에 30분 이상 햇빛을 쬐는 것이었습니다. 햇빛이 멜라토닌 분비 리듬을 잡아줘서 밤에 더 빨리, 더 깊이 잠들 수 있게 해줍니다. 취침 1시간 전 스마트폰 화면을 끄는 것도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Q. 통곡물이랑 흰쌀밥이 결국 포도당으로 똑같이 분해되는데 뭐가 달라요?

A. 최종 성분은 비슷하지만, 분해 속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통곡물은 위가 강하게 운동하며 천천히 분해하기 때문에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고, 인슐린이 급격히 분비되지 않습니다. 흰쌀밥이나 단순당은 소화 없이 바로 흡수돼 혈당을 빠르게 올립니다. 이 속도 차이가 인슐린 저항성과 내장지방 축적 여부를 결정합니다.

 

Q. 마른비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체중과 BMI가 정상이어도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5cm를 넘으면 내장지방 과다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체중은 정상이었는데 허리둘레를 재보고 나서야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나온 체형이라면 특히 허리둘레를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닌가요?

A. 커피의 카페인은 피로 물질인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잠시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데노신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피로감을 잠깐 못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쌓인 아데노신을 실제로 제거하는 건 수면 중 글림패틱 시스템뿐입니다. 카페인이 듣지 않을 만큼 피곤하다면 잠이 답입니다.

 

체중 숫자에 매달리던 습관을 버리고 나서, 오히려 몸 상태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허리둘레를 재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하고, 저녁에 단 것을 손에서 놓는 것. 거창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이 세 가지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글림패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깊은 수면이 필요하고, 내장지방을 줄이려면 단순당을 끊어야 하며, 마른비만을 잡으려면 BMI 대신 허리둘레를 봐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노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맞물린 하나의 흐름입니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 하나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wHaJ6uXQ9k